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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Development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성공을 위한 사용자 주도 혁신 전략(1)


[IT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성공을 위한

사용자 주도 혁신 전략

 

-연재순서-

(1) 사용자 주도 혁신이란?

(2) 사용주 주도 혁신의 대표사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를 해부하다.

(3) 소프트웨어 기반 사업의 성공전략, 사용자 주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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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석 tigerear@godev.kr | 기술기획 및 기술경영 전문가다. 삼성SDS IT기획, 삼성전자 정보전략, KT계열사 신사업/R&D 기획을 거쳐 현재 올레TV 콘텐츠 백엔드를 관리 및 데이터분석 업무중이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번역/저술 전문집단인 GoDev.kr의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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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사례#1: 농부가 개발한 사막농장 관개시설

 

아래 그림의 사막농장은 특이하게 농지가 원형이다. 왜 농부는 농지 활용율이 높은 사각형이 아닌 원형으로 농지를 경작하였을까? 바로 아래 왼쪽 그림의 관개시설 때문인데, 농부가 자전거를 이용하여 컴파스의 원리로 물을 뿌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나중에 아래 오른쪽 그림의 사막용 관개시설로 발전하게 된다. 농지면적의 효율화 보다는 관개시설의 효율화가 더 중요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농부는 관개시설의 사용자로서 직접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혁신을 발명한 것이다.

<그림1>농부가 개발한 관개 시스템 (출처 : http:// nerdstory.tistory.com/28)

 

사례#2: 사용자가 만든 대박 , Airwalk

 

 

1980년대 미국 스케이트 보더들은 발목보호를 위해 목이 높은 신발을 사서 튼튼하게 고쳐 신는 문화가 있었다. 이 시장을 간파한 Airwalk의 창립자 들은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든 스케이트 보딩용 신발을 출시하였는데 , 처음에는 목부분이 너무 딱딱해서 신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스케이트보더들이 이 제품에 열광하여 신발을 구입하는 즉시 자동차로 깔아뭉개 딱딱한 윗부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신었고 Airwalk 사는 이를 다시 제품에 반영하였다. 이후에 이들은 잘나가는 회사가 되었고 , 몇 년 후에는 연간 매출액이 1,3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소수의 앞서가는 사용자를 관찰하고 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아 제품화 한 것이 성공비결이 된 것이다.

<그림2> 소수고객인 스케이트보더들을 관찰하고 제품에 적용하여 성공한 회사,Airwalk

 

 

사용자 주도 혁신이란 무엇이며 그 이점은?

 

DIY족,프로슈머=선도 사용자!

 

기업이 아닌 비영리 협력조직에서 먼저 혁신이 발생한 후 , 이를 기업이 받아들여 성공을 거두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용자 혁신 이론(User Innovation)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다. 선도사용자가 자체적인 니즈에 의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정하기 때문에 기업의 혁신 프로세스 보다 한발 앞선다는 것이 해당 이론의 핵심 내용이다 (Von Hippel 1998).

자신에게 필요한 가구나 생활공간을 스스로 만든다는 DIY(Do It Youself)족, 앨빈 토플러가 제3의물결에서 처음 사용한 프로슈머(Prosumer)도 동일하게 생산자이며 소비자의 역할을 하는 선도사용자 집단을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자로서의 소비자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기업외부로 눈을 돌리면 생산자로서의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과는 별도로 소비자로서의 개인이 주도하는 혁신을 구분하여 혁신의 원천을 설명하려는 시도인 사용자 혁신이론에 주목하게 되는데사용자 혁신의 주체로서 선도 사용자(Lead User)느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 및 품질 개선이 필요할 경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자신의 비용으로 제품을 혁신하고 그 결과물을 무상으로 공유한다.(Von Hippel, 1986).


 

선도사용자는 수요-공급 간의 불일치를 극복

 

사용자 주도 혁신의 이점 중 첫 번째는 혁신 프로세스의 단축이다. 생산자 역할에 머무는 기업에 비해 소비자이며 생산자인 그들은 충족되지 않는 사용자 니즈를 기업보다 빠르게 인식한다. 기업이 다수 사용자의 니즈를 포착하기 전 스스로의 니즈를 충족하는데 나서므로 기업보다한발 앞설 수 있다(그림3의 가로축). 이들이 수요와 공급 간의 시간적인 불일치를 극복한다.


<그림3> 선도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 주도 혁신 ( Von Hippel , 2006 )

사용자 주도 혁신의 두번째 이점은 혁신 비용의 절감이다. 선도사용자의 혁신시점에는 수요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설비나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다. 일단 만들어 보고 스스로 사용하면서 고쳐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 일정한 수요규모를 확인한 후에 혁신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강한 기업에 비해 선도사용자는 수요규모와 공급규모와의 불일치를 극복한다.(그림3의 세로축)

 

사용자 혁신의  번째 이점은 혁신의 성공 가능성 제고이다. 선도사용자를 활용한 혁신 전략은시장 세분화 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을 통한 전통적인 신제품 개발방식보다 성공할 가능성이높다. Von Hippel 교수와 Stephen 교수가 글로벌 기업 3M과 진행한 선도사용자 방법론(Lead User Method)은 기존방식 보다 신제품의 성공율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혁신의 원천이 이유

 

이 대목에서 "사용자가 왜 스스로 혁신을 하는가?"가 궁금해 진다.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한 발명'에 익숙하지만 본래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만 봐도 스스로의 필요를 채우려는 사용자의 혁신동기를 설명할 수 있지만, 본 글에서는 역사적인 맥락과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라는 측면에서 사용자가 혁신의 원천임을 고찰하고자 한다.

 

대량 생산체제 vs. 사용자 주도 혁신

 

역사적인 맥락을 통해서 사용자가 혁신의 본질적인 원천임을 유추할 수 있다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 체계가 구축되고 생산의 효율화를 위한 분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이전, 스스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발적인 선도 사용자의 역할은 인간의 더 오랜 역사에서 지배적인 경향이었다. 대량생산 체체의 옹호자이자 자본주의 사상의 아버지 애덤스미스조차 그의 저서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애덤스미스, 1776). 다만 이러한 맥락이 기존에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기존의 경영,경제이론은 생산자의 내부의 혁신에 중점을 두어 기업의 외부에 있으면서 소비자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선도 사용자를 관찰할 데이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욕구, 창의성

 

인간은 본래 '도구의 인간(Homo Faber)'으로 불릴 만큼 창의적인 존재로서 도구를 만들어 쓰면서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 욕구를 낮은 단계부터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소속감/애정의 욕구,존경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의 5단계로 구분 하였는데 , 이중 창의성(Creativity)이 가장 상위욕구인 자아실현 단계에 포함되어 있다. 이 단계는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것 ,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선도 사용자는 5가지 각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4> 매슬로의 욕구단계. 가장 높은 단계인 5단계에 창의성이 위치한다.

 











사용자 주도 혁신의 재조명

 

지금껏 필자는 사용자 주도 혁신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 인간욕구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시점에서 사용자 주도 혁신을 다시 논하는가? 인터넷의 보급과3D프린팅이 유무형의 사용자 혁신을 가속화 시키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

 

인터넷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낮아져  사람이 아닌 사용자 혁신 커뮤니티를 구성하여혁신에 참여하는 것이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사용자 혁신 커뮤니티란 '개인 혹은 기업으로 이루어진 노드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전자적 링크로 연결된 공동체' (Von Hippel, 2006) 이다. 협력하여 혁신을 창출한  인터넷을 통하여 공유함으로 혁신과정의 비용이 낮아지고 혁신결과가 공유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간 협력과 창조는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지  2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되돌아    발전이 눈부시다. 전자메일, 메신저 ,음성/영상 통화, 원격회의 발달로 협업비용이낮아졌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멀게만 느껴졌던 3D프린팅 기술이 개인 앞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500달러 미만의 3D프린터가 우후 죽순으로 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큰 비용없이 무형의 제품인 지식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 3D 프린터를 통해 유형의 제품을 사용자가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가 독점하고 있던 생산수단이 인터넷의 보급과 자가생산 설비인 3D 프린터를 통해 극적으로 민주화 되어 갈 것이다. 이제는 아무나 창의성만 있다면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선도사용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지고 있다.

 

한국기업, 사용자 주도 혁신에서 배워야

 

이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Airwalk 사의 경우, 스케이트 보더용 신발의 제조기법을 한국에서 배웠음을 자사의 온라인 홍보매체인 Airwalk History Book 을 통해 밝히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소수의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 아이디어를 관찰한 후, 한국 신발업계가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져다가 시장에 출시한 기업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렇듯 이제 한국은 무엇인가를 잘 만들어 내는 노하우(Know-How) 인 기술적인 수준이 높은 경우가 제법 많다. 그러나 여지껏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Know-What)는 먼저 알지 못하고 선진시장을 추격하기에 바쁘기만 했다. 이제 이러한 추격형 전략을 탈피하기 원한다면 사용자의 욕구가 반영된 사용자 주도 혁신전략에 한국기업의 돌파구가 있다.

 

<참고문헌>

- 말콤글래드웰, 『티핑포인트』 , 임옥희 옮김, 21세기북스, 2004

- 애덤스미스,『국부론』 1776년 판 ,유인호 옮김, 동서문화사, 2011

앨빈토플러, 『제3의 물결』 , 이규행 옮김, 한국경제신문, 1989

- Airwalk사,『Airwalk History Book』 http://issuu.com/airwalk/docs/airwalk_history_book

Von E. Hippel, 『Democratizing innovation』. Cambridge,MA: The MIT Press , 2006



* 본글은 월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14.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