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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Development

무료 소프트웨어의 경제학

무료 백신 소프트웨어로 시장의 지형도를 바꾼 알약. 그런데, 왜 그랬어?!

유호석 tigerear@godev.kr | 기술기획 및 기술경영 전문가 이다. 삼성SDS IT기획, 삼성전자 정보전략을 거쳐 KT계열사에서 신사업과 R&D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재학중이며 기술번역/저술 전문집단 GoDEV.kr 의 멤버이다.

  2007, 안랩과 하우리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국내 백신시장에 이스트소프트라는 회사가 알약이라는 제품으로 뛰어든다. 무료이면서도 무난한 기능에 2년간 1,700백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고 , 안랩으로 하여금 무료백신인 V3Lite 를 내놓게 만든다.

그 당시 백신 유저들의 반응은 이랬다. '무료라서 고마우니 잘쓸게 , 근데 돈은 어디서 버는 것이지? '

 2013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무료백신이 설치된 PC 32백만 대이고 유료백신이 설치된 PC2백만 대에 불과하니, 독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으로 시각을 바꾸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무료백신을 출시한 이스트소프트사 조차도 돈을 벌지 못하면서 유료백신 시장만 망가뜨린 것은 아닐까?'

 

 소프트웨어는 원래 공짜라고?

  소프트웨어가 공짜라는 인식이 초기 컴퓨터의 역사에는 존재했었다. 대형 벤더들이 하드웨어를 납품하면서 운영체계는 끼워서 제공하곤 했다. 그러나 MicroSoftware Windows의 성공 이후 요즘은 인식이 다르다. 소프트웨어는 만들기에 상당한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비싼 재화이며 몇몇은 높은 가격에 팔린다. 그런데도 이 회사들은 이 비싼 것을 공짜로 배포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바로 다른 재화와는 다른 수요-공급곡선에 비밀이 있다.


<일반재화의 수요-공급 곡선>

<소프트웨어의 수요-공급 곡선>

*출처 : Oracle 사 블로그 - 'The Economics of Software'

 

 소프트웨어의 공급곡선을 보면 공급수량이 증가해도 비용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학 용어로 이 공급곡선의 기울기를 한계비용이라고 하는데 재화를 한 단위 추가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다. 소프트웨어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최초 한번만 만들고, 이후는 디지털 복제 및 원격(온라인)배포하다 보니 추가단위 생산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공급곡선의 기울기(한계비용) 0에 가깝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짜로 배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가 영원히 공짜일 수는 없다. 앞의 소프트웨어의 공급곡선으로 돌아가면 기울기는 0에 가깝지만 곡선의 출발점(Y절편)인 초기비용은 일반적인 재화보다 적지 않다. 이는 고정비용의 성격을 가진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인 개발자의 높은 인건비이다.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오픈소스를 제외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 한계비용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높은 고정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워 무엇이로든 이익이 내야 할 것 이다.

 

 그렇다면 이 쯤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소프트웨어 성공전략의 핵심, 네트워크 효과


 일반 재화의 네트워크 외부 효과

  경제학에는 '네트워크 외부효과' 라는 이론이 있다. 예를들어,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를 맞는 소비자의 행위를 관찰할 때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첫번째 효용은 자신이 해당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 것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입장에서는 예방백신 비용보다 전염병 예방의 효용이 높은 경우에 주사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총효용에는 개인차원을 넘어선 사회차원이 효용이 더해진다. 개인이 독감을 걸리지 않는다면 전염되지 않으므로 타인에게도 이익이며 이런 개인이 많아질 수록 해당 사회집단의 총효용(개인효용+사회효용) 크기는 급격히 증가한다. 예방백신 같은 공공보건 분야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사회적 효용'에 이론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백신 소프트웨어의 네트워크 외부 효과

  백신 소프트웨어에는 두 가지의 외부 효과가 존재하는데 , 첫째는 위의 전염병 백신 예시 처럼 한대의 컴퓨터에 설치된 백신 소프트웨어가 다른 컴퓨터의 감염을 막는다는 바이러스 확산예방 효과이다. 실제로 '09 7-7 DDOS공격보다 '11년의 3-4 DDOS공격이 더 진화된 바이러스 이었음에도, 무료백신의 보급으로 감염PC수는 오히려 적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기술적인 효과가 인데, 백신 소프트웨어가 많은 컴퓨터에 설치되면 될 수록 더 많은 바이러스 파일과 URL을 검출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백신회사의 DB에 저장하고 , 이 데이터를 분석함으로 탐지 신뢰성이 높아지고 오탐율이 낮아지게 된다.

< 안랩의 무료백신인 V3Lite 설치 캠페인(2010) >

 타 소프트웨어의 네트워크 외부 효과

  백신 외 다른 소프트웨어의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어떠한가?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분야는 네트워크 외부 효과가 잘 작동하는 영역이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이질 수록 유지보수 등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다 , 오류(에러) 검출 및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예를들어, Micro Software 사의 MS Office가 계속 1위 판매고를 올리는 이유는 기능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 공동작업을 위한 호환성 등 네트워크 외부효과에 기인한 점이 크다. 무료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Linux JBoss 처럼 사용자가 많은 오픈소스는 커뮤니티에 속한 사용자, 제작자, 커미터 들이 자발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나가고 있는 반면 , 사용자 수가 적은 오픈소스는 자연적으로 소멸하고 있는 것도 좋은 예이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간 연결이 보편화 된 환경에서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의 수에 제곱과 비례 한다는 멧칼프(metcalfs law)의 법칙이 적용되어 어느 순간 네트워크 효과가 급격히 증가한다.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멧칼프 법칙을 설명한 그래프>

 

무료 소프트웨어의 수익원천 , 양면(Both-Sides)시장 모델

  양면시장은 가장 유명한 네트워크 효과의 사례이다. 무료 소프트웨어로 많은 수의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 등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으로서 카카오톡,네이버, 심지어 구글도 채택하고 있는 검증된 사업모델이다. 여기서 '양면(Both-Sides)' 이라함은 무료 소프트웨어 고객 - 온라인 광고 고객 처럼 서로 다른 고객 측면(Side)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유형의 고객에 다른 가치를 전달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를 수익모델의 예로 들었지만 , 이것만이 양면시장의 유일한 수익원천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경우 , 레드햇 처럼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소프트웨어는 유지보수료에 해당하는 연간 구독비(Subscription)를 청구하기도 하며 알약과 V3의 경우 개인시장은 무료이지만 , 기업시장은 유료이다.

 


< 백신 소프트웨어에서의 양면시장 >

 

 양면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네트워크의 참여자 수가 무조건 많을 수록 좋은데 , 이를 위한 방법이 한쪽 시장의 가격을 무료로 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는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우므로 이렇게 무료가격 정책을 구사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앞으로는 온라인 광고 외 양면시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수익모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 : 무료 소프트웨어의 양면시장 전략 사례>

회사

사업내용

양면시장 참여 고객

구글,페이스북

온라인 광고

웹 사용자온라인 광고주

카카오톡

게임 퍼블리싱

스마트폰 사용자게임 개발업체

안랩,이스트소프트

백신 소프트웨어

가정PC 사용자기업PC 사용자

레드햇

리눅스 소프트웨어

무료 사용자(Free)유료사용자(Subscription)

 

< 온라인에서의 양면시장 성공사례 , 페이스 북 >

 

무료 소프트웨어의 가치

  '07년 당시 무료로 알약을 출시한 것은 잘 한 것일까? 라는 화두로 본 글을 시작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평가하기 위해서 알약의 성과가 기업가치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 살펴보면 2011년 회계연도 기준(이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12년도 기업공시는 나오지 않음)으로 이스트소프트사의 매출액 중 20%가 알약이 포함된 알툴즈패키지의 매출비중 이다. 판매경로는 기업,교육기관,PC,공공기관으로서 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63억원 규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해당 백신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돈이 들었는가 인데 , 비트디펜더라는 외산엔진을 저렴하게 라이센싱 함으로 초기투자 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투입대비 효과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외에도 무료백신은 사회적인 가치(편익)도 만들어 냈다. '07년 유료백신 설치PC 600만대(가격 36천원) '12년 유료/무료백신 설치 수가 32백만대 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공급 곡선을 추정하면 아래 그래프와 같다.

 

< 무료백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의 증가>

 유료백신 만 있던 시절의 해당 소프트웨어로 인한 사회적 편익의 크기는 600만대 곱하기  백신가격+@, 즉 그래프에서 직사각형 음영부분의 크기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무료 백신 등장으로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수요가 더해져 3200만대 까지 설치된 결과, 그래프의 사선영역까지 사회적 효용의 크기가 급증하게 되었다. 복잡한 이론과 숫자들은 차치하더라도, 개인 사용자들에게 안정적인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여 앞서 설명한 '백신의 네크워크 외부효과' 를 만들어 냄으로 안심하고 PC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든 것은 분명하다.

 무료 소프트웨어의 활성화는 전통적인 라이센스 판매정책을 가진 대형 소프트웨어 제조사 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가속화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장의 틀을 깸으로서 기존의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하는 유력한 소프트웨어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3년 3월호에 기고한 컬럼입니다.